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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회사원의 하루빈짱의 일본회사, 일 이야기 2020. 9. 8. 23:46728x90반응형
일본계 회사원의 하루
한국에 있는 일본계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도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2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재택근무를 도입 / 시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언제 이랬나 싶을정도로 까마득해진 예전의 일상을 추억할 겸,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전에 평범했던 하루 일과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참고로 저는 제조업 기반의 일본계 회사에서 기술영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출근
출근은 주로 대중교통(전철)을 활용합니다. 가끔 자가용을 가지고 다니기도 하지만, 바쁘게 움직일 일이 없다면 대중교통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전철로는 약 40분 정도를 이동하는데, 책을 읽거나 회사에서 가져온 잡지를 읽습니다. 일본 잡지를 보는 이유는, 그 달의 특집 기사(신문의 헤드라인 격)를 읽다가도 수 없이 모르는 어휘가 등장하여 공부가 되는 부가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보다는, 주재원 또는 출장자들이 한국으로 들어왔을 때, 반대로 제가 일본으로 출장을 갔을 때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화제로 활용하기 위함입니다. (정치, 비즈니스 관련 가십거리들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회사에 도착해서는, 자리에 가방을 두고 같은 라인에 있는 직원분들께 인사를 합니다.
자리로 돌아와서는 그 날의 할 일을 노트에 정리합니다. PC 전원은 켜 두지만, 바로 메일을 읽는 편은 아닙니다. 그룹웨어 로그인 후에, '메일'과 '스케줄' 기능을 활성화시킵니다. 본격적으로 하루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는 내가 입력한 오늘의 스케줄을 한 번 확인한 후에, 부서 내 다른 멤버들과 유관부서 담당자, 임원, 사장님의 일정을 같이 확인합니다. (군대에서부터 체화된 버릇이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더라도 윗분들 동선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업무 시작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날은, 클라이언트나 일본의 영업/개발 담당자와 전화 또는 메일로 대화를 나누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하고있는 일이 기술 영업인만큼, 제품의 개발 및 제조와 관련된 자료들을 주고받는 일이 많습니다. 일본에서 받은 자료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하거나, 반대로 클라이언트로부터 받은 요청 내용을 일본어로 전달(메일, 전화)하는 일의 비중이 큰 편입니다.
마침, 오늘은 일본에서 출장자가 들어오기로 한 날입니다.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하기위해 들어오는 출장자와 공항에서 합류 예정이기 때문에, 미팅 자료는 미리 여유 있게 출력을 하여 가방에 넣어두고, 클라이언트에게도 전자파일로 미리 전달해 둡니다. 출장자의 비행편명 및 이동 계획은 미리 메일로 공유되어있기 때문에, 도착시간에 맞추어 공항 도착 로비로 이동합니다. 합류 후에는 점심식사를 같이 하거나, 시간이 촉박한 경우에는 바로 클라이언트와의 미팅 장소로 이동합니다.
식사 또는 이동시간에는 오늘 미팅에서 이야기할 주제에 대해 사전 미팅을 합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포지션, 얻어내야 할 유리한 조건들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가지 의견을 교환합니다. (부가적으로 원활한 통역을 위한 워밍업이 되기도 합니다.) 한국인을 상대로 하는 미팅 자리가 되기 때문에 미리 모든 내용을 파악하고 있어야 통역 속도도 적절히 조정할 수 있습니다.
클라이언트와의 미팅
약속시간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주의합니다. 일부 회사는, 사전에 신청하지 않은 저장매체나 전자기기의 반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출장자들에게 주지시키고, 불필요한 소지품을 봉인하거나, 잠시 맡겨두고 들어갑니다.
미팅 장소에 도착해서는 미리 인원수에 맞추어 음료를 사 두고, 담당자분께 연락을 하여 회의실로 들어갑니다. 회의 중에는, 일본 담당자의 이야기를 1:1로 통역하기도 하지만, 급히 담당자분의 가용 시간이 줄어들어 미팅 시간이 줄어들 것 같은 경우에는, 빠르게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요약하여 보고한 후에, 꼭 확인이 필요한 내용에 대해서만 질의응답식으로 미팅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래서, 사전 미팅이 매우 중요합니다.)
미팅을 마친 후에는 회사로 돌아오면서 미팅 내용을 복기합니다. 실시간으로 통역을 하면서는 꼼꼼하게 메모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미팅내용을 기억하고 있다가, 이동 중에 다시 한번 내용을 떠올리며 메모로 남겨둡니다. (후에, 회의록을 작성하기 위해 거를 수 없는 과정입니다.)
일과 후
하루에 몇 건의 미팅을 해치우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출장자가 한국으로 입국하는 날에는 1건 정도로 방문 일정을 조정합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회사로 돌아와서 마저 회의록을 정리하기도 합니다.
저녁시간에 맞추어 돌아오게 된다면, 바로 출장자가 묵을 호텔로 이동합니다. 체크인을 간단히 돕고나서, 방에 짐을 두고 다시 합류하여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메뉴도 대부분 미리 정해져 있기 때문에, 예정된 식당으로 가게 됩니다. (출장자가 선호하는 메뉴, 또는 새롭게 소개하고 싶은 메뉴 정도.)
식사를 하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장기간으로 출장을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에서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회사 내부의 일들에 대해 자세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카더라.. 등등) 그리고, 당일 미팅내용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고, 앞으로 어떤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것인지 등등. 늘어놓고 보니,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네요.
석식을 마친 후에는, 가볍게 맥주 한 잔을 더 하거나 여독에 피곤해보이는 경우에는 호텔로 빨리 들여보냅니다. 헤어지기 전에는 다음날 일정에 대해 간단하게 공유한 후에, 다시 합류할 장소와 시간을 정합니다. (호텔 앞, 또는 회사 로비에서 아침 8시 반 합류 등.) 그렇게 출장자를 들여보낸 후에는, 다시 대중교통으로 귀가하거나, 시간이 많이 늦은 경우에는 회사 경비로 택시를 타고 귀가합니다.
일반적인 회사생활이지만, 의사소통의 절반 이상에 일본어를 활용한다는 특수한 환경이기도 합니다.
다음에는 하루 일과의 다른 장면에 대해서도 다루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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