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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를 구사하는 내가(때로는 네가) 대단하다고 느낄때빈짱의 일본회사, 일 이야기 2020. 10. 1. 00:17728x90반응형
일본어를 구사하는 내가(때로는 네가) 대단하다고 느낄 때
중학교 2학년, 당시에 문화센터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계셨던 친구의 어머니.
그런 친구의 어머니를, 롤플레잉 게임의 대사 번역기로 활용(?)하던 친구가 엄청 부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마냥 부탁할 수만은 없었을 테지만, 나에게는 한자와 꼬부랑 글자로밖에 보이지 않는 일본어를 읽을 수 있다니. 나름의 컬처쇼크였다. (친절하게 게임하는 아들을 도와주는 친구 어머니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드래곤볼을 시작으로 여러 일본 만화가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었고, 동네 책방에서는 몇 백 원이면 한 권의 만화책을 빌려 볼 수 있던 시절이기도 했다. 어느 날, 몇 권의 시리즈 만화를 빌려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거 제대로 번역된 거 맞을까?'
'일본 작가가 생각하고 쓴 대사 그대로를 한국어로 옮겨온다는 게 말이 되나?'
그때부터였다. 이렇게 계속 의심만 하느니 내가 한 번 배워서 읽이보자고. (그리고 영어는 너무 어려워서 싫으니까, 일본어를 배워서 성공하자고.) 운이 좋게도 동경하고 있던 친구 어머니에게 일본어를 배우게 되었다. 당시에는 외국어 품앗이처럼, 군부대에서 영어를 공부하고 사용하셨던 우리 아버지와 친구 댁이 서로 영어와 일본어를 자식들에게 가르치는 관계가 만들어졌다.
내가 공부하던 일본어 교본에서 한글이라고는, 매 과의 시작에 적힌 단어의 뜻뿐이었다. 그 외에는 말 그대로 한자와 꼬부랑 히라가나, 가타카나. 당시의 배움으로 내가 원하던 수준에 달하지는 못했지만, 땅 고르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후로는 대학 전공까지 이어가며 일본어를 공부했고 아직 속도는 느렸지만, 'DEATH NOTE'를 대형 서점에서 원서로 구매하여 읽으며 긴 시간 가져왔던 꿈을 이뤘다.
신기한 순간
이제는 밥벌이로도 일본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와 진짜 대단하다.' 싶은 순간들이 있어 글로 남겨두고 싶다.
한국어에도 동음이의어가 존재한다. 발음은 같지만, 뜻이 다른 단어 또는 표현들. 아마 한글을 공부하는 외국인들도 이 부분의 학습 난이도는 꽤나 높을 것이다. 일본어도 같은 한자문화권에 있으며, 역시 동음이의어가 존재한다. 내가 놀라운 순간은 일본인(때로는 일본어를 구사하는 한국인)과 동음이의어를 정확하게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는 나를 볼 때이다.
오늘의 썸네일에도 적었는데, 읽다(書く)와 그리다(描く)는 일본어로 'かく'라고 읽으며 발음이 같다. 목적어가 무엇인가에 따라 동사의 의미가 달라지는데, 간혹 굳이 목적어를 붙이지 않고 같은 발음의 동사를 사용하여 대화를 이어나가는데도 문맥상 상대가 내 말을 온전히 알아듣는 이 상황은 얼마나 놀라운가?
* 이외에도 일 하며 알게 된 '동음이의어'들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팅을 해보려고 한다.
대단해, 나.
일본 담당자들과 전화 또는 화상회의를 하며, 내 귀가 잘못된 건지 잘 들리지 않는 말을 몇 번이고 되물어가며 회의를 이어갔던 날에는 깊은 좌절에 빠지거나 낯이 뜨거워지고는 하지만,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꾸준히 한 가지 외국어를 구사하며, 그들과 대화가 가능한 능력이 내 안에 있다는 사실도 보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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