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면접

어떤 면접

 

이제는 회사원이 된 지, 벌써 9년차? / picture by 캡틴

 

 

 

지금 근무하고 있는 회사도 벌써 5년차. 4년 반이 넘게 근무하고 있는데, 오늘은 이 회사에 들어오기 위해서 준비했던 것들과 면접에서 경험한 팁을 떠올려보려고 합니다.

 

---

 

 

계기

 

많은 직장인들의 이직 계기인 화병. 도저히 이 회사에서는 더 일을 할 수 없겠다고 생각한지도 수 개월째. 돌파구를 찾아 헤메고 다닐 여유도 없이 하루하루 감시 받는 상태로 일과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공교롭게도 재직중인 회사에서도 충원에 몇 번을 실패한 뒤에 헤드헌터를 통해 새로 구직자들을 모으고 있었는데, 그 헤트헌터 홈페이지에 제 이력을 업데이트 했습니다(...)

 

몇 일 지나서, 헤드헌터 담당자로부터 전화연락이 왔고, 지금 재직중인 회사에 지원의사를 타진해왔습니다.

 

이 때, 반신반의하면서 망설이기는 했지만 채용이 성사되지 못하더라도 지금 근무하는 곳에서 계속 일을 하면 된다는 (맘에 안드는) B플랜은 있었기에 지원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마음에 들었던 표면적인 조건들이 있었습니다. 구직 또는 이직을 고려하고 계신 분들께도 참고가 될 기준인 것 같아 정리해보자면,

 

1. 소재지 : 서울 소재 회사였으며, 당시 살고있던 집에서도 약 1시간여 통근거리(편도)라면 지금보다는 훨씬 상황이 호전됨.

2. 회사 형태 : 일본 본사에서 100% 자본을 들여 한국에 설립한 '현지 법인' 브랜드가 있고, 해외에 대리점 거래를 넘어 법인을 세웠다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그 만큼 견고한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회사일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함.

3. 동종 업계 : 커리어를 쌓아나가는데 있어, 급작스럽게 경력을 틀기도 어려울뿐더러 경력직으로 이직을 고려하는 이상은 동종업계에서 후보 회사를 찾는 것이 무난함.

4. 연봉 : 대부분이 합격 통지와 함께 일방적으로 제시되는 금액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기존 연봉에서 10% 이상의 연봉상승을 전제로 임할 필요가 있음.

 

그렇게, 이직 지원처는 결정되었고 새로운 회사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

 

 

준비  

 

본격적인 준비를 위해, 회사 개요를 찾아보았습니다. 일본의 홈페이지는 찾았지만, 한국 지사는 홈페이지가 없었습니다. 그만큼 정보가 부족한 상태였는데, 운 좋게 입사는 했다지만 홈페이지 이외에 어떻게 정보를 얻어야할지 당시에는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지금은 그 때와 다르게 정보가 흘러넘치며, 관련 뉴스를 자유롭게 검색하여 읽고 이해하는 능력도 몸에 익었기 때문에 조금 더 수월하겠습니다.

 

품을 조금 팔아서라도, 그 회사가 최근에 어떤 이슈로 일본(또는 한국)에 알려지고 있는지에 대해 찾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거기에 저는 재미있는 자료를 하나 더 찾았습니다. 외자계 기업은 연간 1회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게 되어 있는데, 그 기록을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연 단위이기는 했지만, 한국 지사의 연도별 매출 추이를 살펴볼 수 있었고 그 이유를 면접에서 여쭤본 것이 좋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제품에 대한 정보는 홈페이지를 통해 알기가 많이 어렵습니다. 대표적인 기술이나 그 기술을 활용한 제품에 대해서만 언급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타사 대비 경쟁력을 공개적인 페이지에 게재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홈페이지에서는 주로 회사의 이념 등을 살펴본 후에 유사한 경험이 있었는지 돌아보고 정리하는데 활용하는 정도가 좋습니다.

 

---

 

면접 당일

 

실제, 입사하고서야 알게되었는데 제가 지원하는 당시에는 스무 명 정도의 지원자가 하루에 면접을 보았다고 합니다. 결과는 두 명의 채용. 게다가 헤드헌터도 한 곳이 아닌 몇 곳을 통해서 지원자들의 면접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아침에 회사 건물의 지하 카페에서 같은 헤드헌터를 통해 면접을 볼 지원자들이 모였는데, 저를 포함하여 다섯 명이(...)

 

경쟁자들을 이렇게 모아두고 오리엔테이션 해도 되는건가? 마음이 썩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기도 했는데 제가 헤드헌터로 일한다면, 수고스럽더라도 낙방하는 안타까운 지원자들은 물론, 취업에 성공하고도 후일 이직시에 다시 나를 찾아 줄 정도의 관계를 위해서라면, 한 명씩 안내를 진행했을거라고 당시를 회상합니다. (적어도 자리 정도는 분리해서 안혀두고 안내를 하지..)

 

면접을 위해 준비했던 내용들을 되뇌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사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대기하기 위한 큰 회의실이 한 곳. 실제 면접관들이 계시는 작은 면접실이 그 옆에 한 곳. 우리 지원자들은 다시 한 방에 함께 앉아 어색한 공기를 되새김질하며 본인을 어필할 시간만을 기다렸습니다.

 

---

 

면접 후, 내 스코어는 어떤지가 너무 궁금해

 

일본계 회사였기 때문에 이력서로 한글과 일본어로 두 부를 준비하여 제출하였습니다. 당일 면접은 전부 일본어로 진행하였고, 앞서 언급한 연간 매출추이에 대한 질문 등에 더해, 저 개인의 경력이 많은 관심을 받아 시간가는줄 모르고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무사히 면접을 마치고 나와보니, '안되면 말고'였던 마음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 면접에 통과한다고 해도, 아직 2차 면접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서울 한가운데 있고 전망이 좋은 빌딩에 사무실을 갖고 있는데 더해, 일본어 사용이 이렇게 충실할 수 있는 회사라면! 더 욕심이 커졌습니다.

 

그런데 면접이 이미 끝나버려서, 다시 나를 어필하기는 어렵고.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지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을 급히 머리를 굴려 생각해냈습니다.

 

면접 전에 대기하던 큰 회의실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당시 제 순서는 두 번째 정도였는데, 면접 시작 후 처음 들어갔던 지원자는 채 15분을 넘기지 못하고 가방을 가지러 회의실로 돌아왔습니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저는 약 1시간 정도 면접을 보고 돌아와있었습니다(!) 나머지, 3번부터 5번 지원자들은 어떨지 알아보기 위해서 경영지원부 채용 담당자분의 양해를 구하고 회의실(대기실)에 조금 더 머물러 있었습니다.

 

3번, 4번, 5번 지원자들이 면접실로 들어간 후에 돌아온 시간은 길어야 30분이 못되었습니다. 이정도면 1차는 합격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그제서야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우리 헤드헌터 다음으로도 지원자를 인솔해 올 헤드헌터가 있었겠지만, 적어도 2차 면접까지는 무난하게 갈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다행히도 그 날 오후 일찍, 헤드헌터로부터 1차 면접 합격 통지를 받았습니다.

 

---

 

스토리 요약

 

다시 돌아보니, 시간차순으로 나열만 했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이야기인 것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하지만, 좋은 회사를 고르는 조건을 스스로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게 내가 고른 회사라고 해도, 다니다 보면 슬럼프도 올 것이고 상사 또는 동료들에게 실망도 하게 되니까요. (월급이라도 제때, 조금 더 많이 받으면서 다니는게 유일무이한 낙이랄까.)

 

무언가 '특별한' 준비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임기응변에 기대기만 해서는 내 인생, 내 커리어에 무책임한 결과를 초래할 뿐입니다. 만족스러울 정도로 알찬 준비를 할 수는 없겠지만, 정말 그 회사에 대해 궁금한 내용을 정리해보기 위한 정보수집을 해 보는건 좋은 어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추가로, 경력직으로서 이직을 한다면 무엇보다 가감 없이(하지만 듣기 좋고, 보기 좋게) 경력을 설명할 수 있도록 정리하고 전달하는 연습을 하는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후일 기회가 되면, 구체적으로 예시를 들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힘든 시기이지만, 아무쪼록 여러분의 취업(이직)활동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기를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