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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에 맥이 끊기는 순간빈짱의 일상글 2020. 8. 24. 23:46728x90반응형
#오타에 맥이 끊기는 순간
졸리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마스크는 아침 출근길을 더 답답하게 한다.
습관처럼 가방 안에는 비즈니스 잡지나 책을 넣어 다닌다. 서서 졸며 40여 분을 달려 회사에 도착하는 날이 있어도 어느 날은 꼭 책을 꺼내 들고 독서를 하며 출근한다. 몇 년 전부터 손에 쥐고 읽는 책들은 비즈니스 분야 또는 자기 계발 분야 책인데 행동하는 독서가의 마음으로 내 삶과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고자 해당 분야의 책들을 많이 골라서 보고 있다.
정말 대단한 분들이 많다.
비즈니스 분야 책 중에서는 '스타트업 정신'을 다루는 책들에 눈이 가서 자주 보고는 하는데, 이번에 고른 책도 멋진 창업가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양서라 재미있는 출근길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런데, 찬물을 끼얹듯 발견해버렸다. '오타'를.
남이 써 둔 책에서 흠결을 찾는 것은 어찌 이리 쉬운지. 아니 유독 오타에 강박이 있는 내 성격탓인지도 모르겠다. 군대에서 수 없이 빨간 수성 사인펜으로 첨삭을 받으며 보고서를 고치던 시절을 몸이 기억하고 있는지라, 메일 한 통을 써도 문자 하나를 보내도 오타를 적은 건 아닌가 스스로 몇 번씩 돌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다가 시간에 쫒겨 급한 마음에 써 내려간 보고서를 다시 돌아봤을 때(더 최악인 상황은, 파워포인트 자료 보고 중에 내가 쓴 오타를 내가 먼저 발견했을 때.) 철면피 같은 얼굴과는 다르게 머리는 지끈지끈하고 왜 이걸 놓쳤냐며 한동안 스스로를 자책한다.
다시 책이야기로 돌아와 본다.
스타트업 정신을 이야기하며, 많은 사례들을 소개하는 파트를 읽고 있었다. 소비자가 스스로 고른 와인에 별점을 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개발한 사례가 등장하며, 와인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인구가 늘었다는 표현을 적어 내려 가는 중에 와인 '애포가'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한참 '애포가'라는 단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혹, 내가 모르는 단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설득하기도 해 봤는데 끝내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까지 해보고서 알게 되었다. 오타였다.
열심히 들여다보던 책을 일단 덮었다. 그리고 듣고 있던 음악의 볼륨을 높였다.
재미있는 책이었기 때문에, 분명 마저 다 읽을 것이다.
위에 언급했던 와인 평가용 애플리케이션은 관심이 있어서 바로 받아 볼 정도였으니, 책 안의 콘텐츠가 충실했음에 틀림없다. 그래도 잠시 멈추고 생각이 필요했다. 남에게 관대하지 못한 이 마음을 조금씩 내보내고 싶었다. 또 아쉬웠다. 나 같은 사람이 한 명은 아닐 텐데 양질의 콘텐츠가 담긴 책이 오타 하나로 평가절하되지야 않겠지만, 꼼꼼히 신경 써 출판되었다는 정성에 흠결이 생겨버린 결과는 너무 아쉽다.
전혀 결이 다른 사례도 있는데, '한 권의 책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모 저자는, 첫 번째 챕터의 소제목부터 나를 아리송하게 하다 못해 콧방귀를 끼게 만들었던 적이 있다.
'꿈을 실현하려면 구제적 목표가 필요하다.'라는 제목이 붙은 챕터였는데, 스스로를 구제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라는 건가? 특이하네 한 번 읽어보자. 고 마음먹기 무섭게 알아차렸다. 구체적 목표를 잘못 쓴 오타라는 걸. (아무리 봐도 오타였다.) 심지어 해당 챕터 안에서 몇 번이고 구제적 목표를 언급한 이 책은 저자도 저자이지만 출판사 사람들도 원망스러웠다. '나라면 100% 출판사에 클레임을 제기했을 거야.'라며 아내와 혀를 찼던 기억이 있다.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는 시대가 왔고, 절대적으로 독자의 지지를 받아 성장하는 것이 출판시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구나'가 주어가 되는 것에는 조금 회의적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맛있는 음식을 담은 예쁜 그릇처럼 기본이 되는 맞춤법이나 어휘 구사에 대해서는 저자의 실수가 흠이 되지 않도록 잘 살펴주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책이 세상에 나와 온전하게 독자들에게 가 닿았으면 한다.
그러므로, 오늘도 이 글을 쓴 후에는 티스토리 블로그의 '맞춤법 검사'를 꼼꼼히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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