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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인 시간을 즐기는 방법
    빈짱의 일상글 2020. 8. 2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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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인 시간을 즐기는 방법

     

    어느 날, 반차를 낸 터라 오전 업무를 마무리하기 위해 일을 조금 더 하고 있었다.

    멋쩍게 내 자리로 온 부장님이 "전 과장, 니 점심 먹고 갈꺼제?"라고 물으셔서 대차게 거절했다. '대차게'라고는 해도 "아니요, 오후 일정이 있어서 일 마무리하고 바로 나가봐야 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씀드렸지만.

    후일, 내가 반차를 내고 퇴근한 그 날에 점심식사를 어떻게 드셨는지를 듣게 되었는데(본인이 스스로 이야기를 하시더라), 평소에는 전혀 식사로 교류를 하지 않는 업무지원 여직원과 식사를 하셨다고 하더라. 데면데면했을 그 날의 점심식사를 상상하면 내 낯이 더 뜨거워진다. 게다가 그 날 나는 반차를 내고 그냥 집에 와서 푹 쉬었더랬다.

    부서원들이 모두 외근을 나가시고 사무실(정확히 말하면 팀 안에서) 나 혼자만 남는 날은 각별하다. 메뉴 선택권이 온전히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날은 전에 봐두고 다녀오지 못했던 음식점에 가본다거나, (모험을 즐기지 않는 성격 탓에) 자주 가는 단골집에서 홀로 점심시간을 보낸다. 처음에는 나도 '혼밥'이 멋쩍어서 상대적으로 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를 찾기도 했으나, 시대의 변화에 감사할 따름이다. 벽을 보고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는 인프라(?)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지 못하는걸까?

    나는 당신에게 의지하지 않는데, 이런 나라도 함께 점심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상대라면 좋다는 말인가요?라고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평생 묻지 못할 것이다. 연봉계약서에 식대 5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은 분명히 적혀있었지만, 연봉/근로계약서에 '점심식사는 반드시 직장 동료들과 함께 해결할 것'이라고 나와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래야만 할까.

    '유대감'이 옅어지는 시대를 보내고 있다.

    혼자가 거북하지 않은 나이지만, 마음이 맞는 직장동료로부터 점심식사를 함께하자는 말을 들으면 내심 기쁘다. 마음 편히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 어디까지나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최대한 주관적 감정을 덜어낸 후의 '편한 마음'이기는 하지만, 직속 상사나 마음이 향하지 않는 동료들과 나누는 대화와는 명확히 차이가 난다.

    혼자 보내는 점심시간은 무엇을 하느냐.

    아무 생각 없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나도 있고, 때로는 저장만 해두고 보지 않았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거나 아침에 읽다 만 책을 가지고 내려와서 커피 한 잔으로 점심을 해결하며 궁금했던 챕터를 마저 읽어 내려가는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 한 때는 아침 일찍 일어나 회사 근처의 커피숍에서 한 시간 정도 책을 보다가 사무실로 올라가고는 했는데 매일 드는 커피값도 살짝 부담인 데다, 아침잠도 많아져서 자연스레 그만두게 되었다. 다시 여유가 생긴다면 요일을 정해서 정기적으로 테마를 정해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아마 힘들 거야 게으른 나..)


    돌아보면 나 역시 혼자인 시간을 마냥 '즐기는 것'은 아니다.

    부부가 함께 생활하고 있으며,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밥벌이를 하고 또 성장의 기회를 얻는 '인생'을 살고 있다. 때때로 외롭기도 하고, 온/오프라인을 넘어 관심이 고픈 '관종'이기도 하다. 책을 봐도 새로운 경험을 해도 이렇게 블로그에 몇 줄 적어 내려 가며 공감을 하고 싶은 것을 보면 절대적으로 혼자인 상황을 즐기는 인간이 아님에 틀림없다.

    아마 '관계'중심적으로 만사를 판단하기 때문은 아닐까?

    만나면 편한 사람,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이 고양되는 상대. 배울 점이 많은 사람.(하지만 절대 거만하지 않을 것.) 유머러스 한 사람, 개그 욕심이 넘치는 사람 등 함께하면 좋은 기운을 받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매사 애매한 사람. 명확히 지시하기를 꺼려하는 사람. 뭔 말인지 알지? 라며 자기 마음속에 들락날락거리기를 바라는 상사.

    불편해도 그런 사람들을 대하는 매뉴얼이 다 있다. 하지만, 내가 가진 매뉴얼이나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가진 매뉴얼도 절대 그대로 행한다고 해서 내 마음이 편해지는 결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한 마디로 후련할지는 모르겠으나, 그 후에도 관계는 지속되기 때문에.


    조금만 더 각자만의 시간을 갖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서로 만나서 흥이 오르거나, 화를 돋우거나, 헤어지고 돌아서자마자 지치는 관계 말고 아무 말 없이 같은 공 같아 앉아있다 헤어져도 마음속 깊은 곳부터 채워지는 충족을 줄 수 있는 관계가 있었으면 한다. 얻지 못할 바에야 그냥 혼자가 좋다.

    결국 혼자냐 혼자가 아니냐의 문제라기보다는, '배려'의 문제일까.

    타인을 조금 더 배려할 수 있는 내가 되기 위해서, 나는 조금 더 '혼자'인 시간을 즐기고 싶다. 억지로 권하지 않고, 비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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