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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햄버거 취향(부제 : 나의 햄버거 연대기)
    빈짱의 일상글 2020. 8. 1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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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햄버거취향

    오해마세요. 저는 그냥 빅맥덕후일 뿐입니다.

     

    참깨 빵 위에 순쇠고기 패티 두장, 신선한 소스 양상추, 치즈 피클 양파까~지! 따라따따따-

     

    내 햄버거 원픽은 '빅맥'이다.

    어느 날, 누가 내 햄버거 취향을 물었고, 나는 15층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기까지 내 취향을 거침없이 설명했다. 감탄까지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취향이 확고하다니. 그런 기준들이 있구나.'라며 놀라워하던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했다. 다들 이 정도로 확고한 취향이나 기준을 갖는 분야가 있지 않을까?

    건강이 허락한다면, 꾸준히 빅맥을 먹는 인생을 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좋아하는 햄버거이다. (그전에 운동이나 좀 해라!) 하지만 이런 취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심지어 처음엔 빅맥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오늘은 내가 빅맥에 도달하기까지의 여정과 취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처음엔 그냥 햄버거

    그냥 햄버거라고는 하지만, 절대 조건이 생기게 된 경위가 있다. 토마토가 들어간 햄버거가 싫다. 그래서 버거킹에 가서는 항상 롱 치킨 버거를 먹는다. 토마토가 들어간 햄버거를 싫어하게 된 계기는 몇 가지 있는데,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코엑스에 매장을 가지고 있던 웬디즈(Wendy's)를 아시는가?

    당시의 국민학교 입학부터, 군 입대 전까지 내 생활권은 경기도였다. 그런 나에게 COEX는 동경의 대상. 햄버거를 먹으러 서울 삼성동까지 간 것은 물론 아니다. 중학교 동창 둘과 함께 COEX에 있는 하비 숍에 들르거나, 매년 개최되던 서울 국제 만화 페스티벌(지금은 서울 국제 만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로 바뀐 듯하다.)에 가서 만화책을 사거나, 굿즈 구입을 하는 것이 연례행사 같은 시절이었다.

    점심을 먹자. 특별한 점심을.

    그러다 찾은 게 Wendy's였다. 최악이었다. 토마토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이때를 계기로 그냥 토마토도 먹지 않게 되었다. 햄버거 안에 토마토라니.. 당시의 기억으로 Wendy's에는 토마토가 들어가지 않은 버거 메뉴가 없었다. 아니면,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 잡은 햄버거 매장에게 압도당해, 그저 눈에 띄는 메뉴 중 아무것을 골랐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게 크게 실패했다. 토마토 과즙이 줄줄 흘러, 햄버거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릴에 구운 패티는 분명 좋아하는 맛이 났을 것이다. 야채도, 전체적으로 심심한 맛도. 지금의 내가 생각하기에 취향이 아닐 리 없지만, 토마토는 달랐다. 그것도 맛이 아닌 '불편함'으로. 그렇게 Wendy's와 함께 토마토가 들어간 햄버거는 내 인생에서 퇴출되었다.


    불고기 버거와의 만남

    그렇게 학생 시절을 보내고, 군 입대 후에는 좀처럼 햄버거를 먹을 수 없었다. (아니, '군대리아'라고 부르는 햄버거 배식 식단이 있었잖아?) 나는 그것을 햄버거라고 인정할 수 없다. 그리고 햄버거로써 먹지 않았다. 빵은 찢어내듯 뜯어 수프에 찍어먹고는 했고, 패티는 그대로 집어 고기째로 먹었다. 인정할 수 없는 것에는 가혹하게.

    복무 중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는데, 지방에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패스트푸드점은 바로 '롯데리아'이다. 불고기 버거를 가장 많이 먹었던 롯데리아. 

    불고기 버거 말고도 여러 가지 메뉴들이 롯데리아의 역사와 함께 지나갔다. 라이스버거라는 메뉴도 있었더랬지.(먹지는 않았지만) 여기서는 먹어본 것만 믿는 내 고집이 작동하였다. 우선, 롯데리아의 버거 메뉴는 내가 세운 기준에 가성비가 좋지 않다. 햄버거는 작고, 감자튀김도 얇아서 더 큰 햄버거 메뉴를 주문해야 했나? 하는 후회를 부르거나, 다 채워지지 못한 허기를 채우기 위해 군것질을 더 하게 된다. 

    하지만, 큼직한 메뉴는 가격이 더 높아서 맛에 대한 도전(?)은 양보하고 늘, 스테디셀러인 불고기 버거를 주문했고 지금도 롯데리아에 가면 불고기 버거를 먹고는 한다.(선택지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찾아가는 마지막 보루랄까.)

    빅맥을 알고부터는, 달달한 데리야키 소스도 마요네즈도 반갑지는 않다. 그래도 익숙함이 새로움을 꺾는 나만의 버거 취향 속에서 롯데리아 원픽은 언제나 불고기 버거. 그러고 보면, 생각보다 크기는 작아지지 않았고 맛도 그대로인 롯데리아는 의리를 지키는 친구 같다.


    그렇게 빅맥

    빅맥을 만나기 전, 맥도널드에서 즐겨찾는 메뉴는 '불고기 버거'. 롯데리아의 그것보다 크기가 컸던 것 같다. (지금은 빅맥만 먹고 있으므로, 맥도날드 불고기 버거에 대한 기억이 아련하다.) 그런데 아내를 만나고, 불고기 버거를 찾는 내 취향에 지적이 들어왔다. 달기만 한 그 햄버거 소스가 얼마나 몸에 안 좋은지 아느냐고. 

    아니, 햄버거를 먹는 게 그냥 몸에 안 좋은 거 아닌가? 그런데 난 햄버거가 좋으니 계속 먹고는 싶은데 어쩌지..

    그렇게 절충안으로 제시된 빅맥을 접하게 되었다. 처음 빅맥을 먹었을 때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패티가 두 장이나 있어? 먹기 힘들지 않겠어? 소스는 이게 뭐야 맛이 옅어. 피클? 치즈? 내 취향 아닌데.

    그런데, 먹다 보니 이 슴슴함이 편해졌다. (물론 불고기 버거의 달착지근 소스에 비해 심심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부담되었던 패티 두 장을 품은 커다란 버거는 '포만감'으로 포장되어 취향 카테고리에 들어왔고, 피클의 짭짤함도 거드는 게 아닌가? 행여 쌓아둔 버거 재료가 무너질까 둥그런 종이 커버를 씌워주는 배려까지. 빅맥은 햄버거 그 이상의 존재로 내 취향이 되었다.


    연말연시에는 행운버거를 주문하며, 올해(내년)는 좀 더 좋아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되어보지만 여지없이 후회한다. 내 취향이 아니어서. 몇 번의 시행착오적인 시도를 거쳐 이제는 빅맥으로 견고해진 내 취향을 십분 굽어살피시어, 롱런하는 메뉴로 남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빅맥을 찬양하듯 글을 써내려 왔지만, 사실 다른 프랜차이즈 매장도 자주 가고 있다. 중요한 건 취향.

    버거킹에 가서는 토마토가 들어간 와퍼류보다는, 롱 치킨버거를.
    추억의 롯데리아에서는, 추억의 불고기 버거를.
    KFC에서는 징거버거를 먹는다.
    (이건 토마토가 들었지만, 먹을만하다. 과즙이 흘러도 안심되는 포장이다. ㄱ-a;;)

    중요한 건 취향. 

    확고하게 내 기준이 서 있고, 자랑스럽게(햄버거를 좋아하는 게 자랑스러울 일인가 싶지만) 나의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내가 좋다. 물론 억지로라도 한 번 먹여보려는 강요도 없다. 아니면 그만, 나는 내 길을 갈 테니 좋아 보이면 따라 걸어보실래요? 정도의 권유.

    다방면에 숨어있는 나만의 취향을, 조금 더 정제시켜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에 써 내려간 글이 나의 햄버거 연대기가 되었다. 이런 글도 나름 뿌듯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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