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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심과 열심
    빈짱의 일상글 2020. 8. 1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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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심과 열심

    심심과 열심 - 나를 지키는 글쓰기 / 김신회 저, 민음사

     

    이번 연휴에는 책을 한 권 사서 읽었다.

    '와 사람 많다.'는 느낌도 조금은 줄어든 토요일 오후. 아내와 함께 시내로 마실을 나갔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중국집에서 자장면과 탕수육을 먹고, mall안에서 카페 유목민처럼 앉을자리를 찾아 헤매고, 여정의 끝에 교보문고에 들러서 한 바퀴 돌아보며 연휴와 함께 할 책을 찾던 중 이 책을 발견하였다. '심심과 열심'.

    엉성한 책표지 일러스트보다는 책 제목에 끌렸다. 서가에 선 채로 목차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에세이스트인 작가가 느낀 내용들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조용한 글'의 느낌이 들어 큰 고민 없이 구매했다. 잔잔한 책과 함께 연휴를 보낼 마음으로.

     


     

    책을 읽어가며 알게된 사실은, 김신회 작가님도 일본어를 수준급으로 구사하시겠구나. 일본 도쿄에서 혼자 들러 식사를 할 수 있는 주제로 첫 책을 쓰셨다는 내용을 보며 그 용기와 추진력에 작은 울림이 있었다. 몇 페이지 안에 다 넣을 수 없는 경험이었겠으나 이렇게 담담하게 그 시절을 회상하며 글쓰기, 그리고 출판에 대해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는 '많은(또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작년부터 꽤 에세이에 관한, 에세이를 쓰고 있는 작가분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책들을 읽어왔는데 김 작가님의 '심심과 열심'은 조금 더 에세이스트로서의 삶을 자세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일과 마음가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어 책도 내 페이스로 이틀 만에 다 읽었다.

    몇 가지 와 닿았던 이야기들과 함께 감상을 정리해본다.

     


     

    돈 이야기부터 한다.(합시다.)

    유독 한국에서는 창조적 직업군의 아웃풋을 평가하는데 인색하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그것이 회사에 속한 디자이너이거나, 에세이를 쓰는 작가이거나 무형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되는 '작품'에 대해서는 금전적 평가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작가는 강연, 원고 청탁, 글쓰기 수업 등으로 의뢰를 받는다고 하는데 이런 문의사항을 전달하는데 '입금'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이해당사자인 작가와 의뢰자 사이에서 명확히 정리되지 않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고. (게다가 아직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회사들도 있다고..) 

    회사는 어떤 일을 해도 용서받는다는 점에서 안전한 성(또는 벽돌집)과 같다. 바람이 불어도 비가 와도 큰 피해 없이 사계절을 보내며 매 월 정액의 보수를 받는다. '오늘 하루는 컨디션이 안 좋아서 하던 일을 마무리하지 못했어, 그래도 내일 출근하니까 내일의 내가 어떻게든 하겠지.'라는 건 프리랜서 분들이 우리들 회사원을 볼 때 느끼는 이상적 월급생활자의 모습일 것이다.

    SNS에서 작사가 김이나 씨의 이야기도 생각이 났다. '작사'라는 행위가 어떻게 돈이 되겠느냐며 한사코 거절해왔던 본인의 '선행'이 후배들도 으레 페이 없이 작사를 해야하는 좋지 않은 환경을 만들고 있었다고 깨달은 후에, 내가 아닌 후배분들을 생각하며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나만 생각하지 않고 남들과 함께 파이를 늘려가는 이러한 움직임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 역시, 내가 왜 먼저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하는가라며 불편한 마음을 내비쳤지만 타성에 젖어 '하던 대로', '전에도 이랬는데'에 익숙한 우리 회사원들은 그 무거움을 알지 못하고 평가절하하기 쉬울지 모르니 아무쪼록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을 기반으로 진정한 win-win관계를 지향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개나 소나 쓴다

    서점 에세이 코너 앞에서 책을 권하던 친구에게, '됐어. 요샌 개나 소나 책 쓴다니까.'라며 자리를 떠나는 사람을 보았을 때, 얼마나 화가 났을까 싶다. 그러는 당신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무언가를 새로이 만들어내는 작업의 고됨을 아느냐고 함께 따져 묻고 싶은 울화가 치밀었다.

    한편, 그런 일을 겪고도 에세이스트로서 입지를 다져올 수 있었던 환경(=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운)에 감사하며 꾸준히 에세이를 써 가겠다고 다짐하는 작가의 소회를 마주하며, 나 스스로도 꽤나 비판적인 인간인 것은 아닌가 돌아보았다.

    '이런게 되겠어? 이걸 해서 뭐해.' 라며 타인의 아이디어를 재단하거나 남을 헐뜯어대던 젊은 시절의 나.(라고 해봤자 얼마 안 지났지만) 그러는 나는 하는 일마다 잘 되었고 항상 성공만 해 온 우수한 인간인가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하루하루 관심을 갈구하듯 방문/조회수를 갱신하고있는 내 모습.

    구독자 한 명이 늘고 줄어드는데 일희일비하며, 새로 올린 영상 조회수가 채 서른 번을 넘지 못할 때 좌절하는 내 모습.

    '제2의 수입'이라는 불순한 동기로 시작하였으나,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으로서 이 고민, 그리고 완성된 결과에 대한 타인의 평가는 마주하기 싫지만 마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작가의 글을 통해 간접 체험하는 기회가 되었다. 별생각 없이 갱신한 유튜브 스튜디오 앱에서 업로드한 지 꽤 지난 영상에 '싫어요'가 하나 찍혀있다는 것만으로도 점심에 먹은 감자튀김이 얹히는 것 같은 경험을 해 본 나는, 그 마음을 조금은 아주 조금은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

     


     

    이 책을 읽다가 문득 마음이 움직여, 한글 창을 열거나 수첩을 꺼내 무언가를 끄적이는 사람이 있다면 기쁠 것 같다.라는 프롤로그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노트북을 열고, 새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돈 이야기를 먼저 합시다' 챕터를 넘긴 후부터는, google keep 메모장에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들의 키워드를 주욱 적어 내려 가며 책을 읽었다. 우선 쓰는 것이 중요하다. 내일, 다음 주, 1년 후에 다시 이 글을 보고 성숙하지 못했던 내가 한없이 부끄러울지라도. 지금의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쓰자고 응원해주는 작가님을 만나 즐거운 연휴였다.

    잔잔하게 담담하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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