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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망가지고 있는 기분
    빈짱의 일상글 2020. 4. 1.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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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망가지고 있는 기분

     

     

    지난 1년 동안 잔잔하게, 하지만 꾸준히 내가 망하지고 있는 기분을 느껴 왔다.

    1년이나 이러고 있던 거면 내 탓을 가장 크게 해야지 누구를 탓하겠는가 싶은 생각에 답답하다가도

    왜 이렇게까지 되었나 싶은 안타까움도 있다.

     

    앞으로도 망가져가는 기분이 말끔히 씻겨나가지 못할 상황을 앞두고,

    내 자존을 지켜보기 위해 지난 1년을 돌아보기로 했다.

     

    '나를 알기 위한 글쓰기'

     

     

    부서이동을 알게 되었던 것은, 복수의 징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징후라고 하기에는 확정에 가까운 판단도 있었기에 그렇게 되는구나 점점 믿게 되었다.

    회사 안에서는 인정받는 부서로의 이동이라 남들은 좋게 봐주었으나, 내심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연달아 서너명이 입사 후 그 부서에서 일하던 중에 퇴사를 감행했다.

    일의 난이도는 가늠할 수 없었으나, 외출이 상대적으로 적은데 비해 해외출장을 가면 1주 단위로 다녀오는 일이 잦았다.

     

    첫 번째 이유가 나를 가장 망설이게 했지만, 돌아보면 나 스스로가 굉장히 피동적인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시점의 내가 허영에 젖어, 인정받는 부서로의 이동을 스스로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곳에 가서도 나만의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만했다.

     

    30대 중반이 넘어, 한 회사 안에서 4년 차 '중견' 사원으로서 새로운 일을 배워나간다는 게 만만치 않았다.

    관리하는 제품은 단순해 보였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이해' 해야만 일을 잘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우선 실행하는거라고. 하다 보면 알게 되는 일도 있다고.

    하지만 스스로 안일하고 나태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궁금한 것이 너무나 많다.

    (1년으로 충분치 않은데에도 불구하고, 이 역시 나의 자만일지도 모르겠으나.)

     

    일의 내용은 차치하고, 내가 가장 힘든 부분은 '관계'였다.

    한국 사회생활의 기본은 갑을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뺏속까지 갑의 마인드를 새겨 넣은 다혈질의 상대와 전화를 통해 설전을 벌이게 될 때면

    유독 순발력이 없는 나는, '갑' 님의 위세에 짓눌려 우선 확인해보겠다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내가 맞는 말을 하고 있다가도, 상대의 윽박지름에 몇 번이고 말을 반복하다 한숨 섞인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래, 내가 일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관계'라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수요와 공급의 관계로 맺어진 갑과 을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는 하나,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 또는 그러한 관계가 나에게는 중요하다.

    사람들은 왜 이리도 많은 것을 감추고 내보이기 꺼려하는 것인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말이 많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사람은 말을 곱게 한들 그 태도가 다 드러나는 법이다.

    한껏 폭언을 쏟아놓고는 애써 본인이 성격이 급하다는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만, 을도 을의 입장이 있다.

     

     

    글을 써 내려가도 내 마음이 편치 않다.

    이런 망가져가는 기분으로 얼마나 더 시간을 보내야 할까 기약이 없는 점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

    그래도 기록해보려고 한다. 나를 위해서. 이 힘든 시기를 잊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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