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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재택근무 블루빈짱의 일상글 2020. 8. 28. 23:58728x90반응형
코로나 블루, 재택근무 블루
코로나 블루?
한 국회의원이 '코로나 블루(우울증)'를 시한적으로 질병 분류하여 관리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코로나 블루의 원인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 종식될지 모른다는 불안감(57%)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고, 일자리 감소로 인한 취업 불안감(35.5%)이 뒤를 이었다. 여행 및 취미활동 제한으로 인한 우울감(31.7%)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야외 액티비티를 즐기지 않는 우리 부부도, 자주 나가는 종로 시내에서 영풍문고 종각점에 들러 책을 고르고, 국세청 빌딩 안에 있는 스타벅스 종각점에서 담소를 나눈 뒤, 같은 건물 지하 1층에 있는 찜닭집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한 후에 집으로 귀가하는 지극히 평범한 주말을 보내는 것조차 힘들 만큼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혼자, 또는 부부 둘만 있어도 크게 우울하지는 않았다.
주말엔 느지막이 거실에 앉아, 극장에서 한 번 보았지만 다시 보니 새로운 히어로 영화를 마음껏 볼 수도 있고 보고 싶었던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주식공부를 하며 그렇게 보내는 나날이 있어 마냥 우울하지는 않았더랬다.
그리고 나의 베프 서울이 있었기 때문에 가끔은 마스트를 단단히 챙겨 쓰고 나가서 주말을 보냈었다. 아직도 구석구석 들여다보아야 할 친구의 멋진 모습이 가득할 텐데 언제 어떤 형태로 우리의 일상이 돌아올지 좀처럼 예측하기가 힘들게 되었다. 이제 우리 부부에게도 '코로나 블루'가 오는 걸까.
또 하나 달라진 점, 재택근무
일터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내가 재직 중인 일본계 회사는 정부 방침에 순응하는 차원에서 지난 2월 말부터 선제적으로 재택근무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다. 집에서 일을 하려면, 노트북이 필요했는데 나는 퇴근하는 순간 일에서 손을 떼고 싶은 마음에 데스크톱을 지원받았지만, 재택근무 결정과 함께 휴대전화로도 메일 확인 및 작성이 가능한 사내 시스템이 보급되어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게 되었다.(칫,)
막상 시작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거실을 정돈한 후 재택근무용 임시 사무실을 꾸민다.
출근과 동시에, 오늘의 예정업무를 간단히 정리하여 팀장님께 보고하면 정식 업무 시작. 오전이고 잠도 덜 깼으니 커피나 한 잔 할까? 드르륵드르륵 원두를 갈아 따듯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내려 마신다. 전화도 몇 통 받고, 메일도 몇 통 쓰고. 스마트폰으로 메일 쓰기가 불편할 줄 알고 내가 진작에 블루투스 키보드를 사 두었지.(뭐래)
재택근무.. 블루?
그런데 재택근무를 계속 유지하다 보니, 우울해졌다.(이럴 줄은 몰랐는데 정말이다.)
일주일에 2, 3일 정도는 사무실로 출근하며 하이브리드 형태의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클라이언트와 메일을 주고받는 전용 시스템을 사용하려면 사무실 출퇴근 시 노트북을 휴대해야 해서 불편하다.
그리고, 점점 생활 패턴이 재택근무화 되어서 아침 출근 9시가 아슬아슬하게 출근(?)을 한다. 어라? 분명 출근은 했는데 세수를 안 했네? 양치도 안 했네. 우선 예정업무나 보내자..라는 생활을 이어오면서 마음 한편이 힘들어졌다. 죄짓는 느낌도 들고.
조금 더 하다 보니, 아침 출근과 동시에 오늘 예정업무를 적는 엑셀 시트에 무엇을 적어야 할지 막막한 날도 생겼다. 찾아가지 못하니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자세하게 확인하기 어렵고, 스스로 일을 벌이자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일을 시작하여야 할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다. 정리해보면, '일을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 처해지는 나'를 답답해하게 된 것 같다. 이런 게 재택근무 블루일 거야 아마.
세계 각국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느낀 블루-를 다들 느끼고 있는 듯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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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의 교류가 없어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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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또는 어린이집으로 출근하지 않는 아이들과 함께여서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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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회의 시스템이 피곤하다 (딜레이에 의한 실시간 소통이 원활치 않은 점 등)
위와 같은 이유로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너무 급하게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맞이하였고, 재택근무 역시 너무 빨리 만났다. 동양, 그중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일터에 출근하여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근로자의 미덕인 양 미화하던 문화 때문에 재택근무의 우울함이 배로 증가하였을지도 모른다. 연습이 필요했지만, 전염병을 예방하는데도 재택근무를 수월하게 소화하는데도 충분한 연습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아무쪼록, 고정된 이동 동선과 활동범위 내에서 본인의 일과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서로를 위로하며 실시간으로 나를 단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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