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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대체 가능한 사람입니까?빈짱의 일상글 2020. 5. 8. 08:30728x90반응형
당신은 대체가능한 사람입니까?
대체가능한 사람과 일을 이야기하면, 여러분은 어떤 것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로봇, 인공지능의 발달로 점차 설 자리가 좁아지는 전문직 / 단순직 노동자들의 고민 등등.
저는 얼마 전까지 프로그래밍을 수박 겉핥기 정도로 공부하면서 AI에 대해 아주 조금 실감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인공지능의 창조주 역시 사람이지만, 복잡하면서 반복적인 게다가 사람이 처리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짧은 시간에 오류 없이 처리하는 프로그램(알고리즘이 더 적합한 표현일까요?)은
지금도 그렇고, 가까운 우리의 미래를 크게 바꾸어 갈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이런 변화에 대해, 혁신적인 미래가 다가온다며 멋진 미래상을 논하는가 하면,
양 날의 검처럼 나의 일을 대체하게 될, 첨단 기술의 공포 역시 함께 논하게 되는 요즘입니다.시간이 흐르면서 기술은 발전하고 정말 분석가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당장 내 직업이 책상 한 칸 면적을 차지하는 슈퍼컴퓨터와 서버에 의해 자동화되어 사라지거나,
시간과 체력적 한계를 극복하여 무한한 생산력으로 가차없이 일자리를 빼앗아 갈 로봇들이 등장하며
신체적, 지능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시장에서 쫒겨나게 되는 처참한 미래가 올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최근에 대두되는 것은 아니라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사람들이 이 도구를 다루면서 만들어내는 결과물들을 보며 매일매일 들여다보던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대체 가능(代替可能)' 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무언가를 대체한다는 것은 정말 걱정하여야만 하는 걸까?'
저는 육군에서 6년동안 장교로 근무했던 이력이 있습니다.
당시, 대학교 전공에 맞추어 병과분류를 받았었는데 문과에 일본어(외국어) 전공자로서는
마땅히 지원가능한 병과가 없어, '정보(intelligence)' 병과를 택했습니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다른 동기생들보다는 근무지를 많이 옮겼고 어려 부대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군사분계선에 접한 일반전초(GOP, General Out-Post)에서도 근무했었고, 전차와 장갑차를 주력으로 하는
기계화 부대에서 근무를 하기도 했었지요.
제가 갑자기 군대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군대는 무엇이든 '대체 가능'하여야 하는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발발(勃発)하였을 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힘으로서 존재하는 이 특수한 조직은
전시 사망할 수 있는 상관, 동료 또는 부하장병들을 대체할 수 있도록 각자의 전시 임무를 자세히 적어서
관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한개 중대(120여명 구성의 단위 부대)를 예로 들면,
중대장 - 부중대장(있다면) - 소대장(선임소대장부터 순서대로) - 행정보급관(부사관 최고 계급) - 부소대장 - 분대장...의 순서로
각 직위의 담당자가 전사(戦死)하면, 그 임무를 이어받아 수행하게 되어 있지요.
하지만, 평소에 소대장이 중대장의 전쟁시 임무에 대해 얼마나 잘 알 수 있을까요?
상위 계급자의 일인지라 내용도 어려울 뿐더러, 당장 앞에 닥친 일에 급급할 뿐
정말 중요한 일들임에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견이지만 전쟁을 직접 겪지 못한 세대들로 구성된 지금의 군대는, 나태하다고 할 만큼 이 중요한 일에 소홀했다고 생각합니다.)
자, 정말 본론인데요.
앞서 설명한 전쟁시 임무를, 군대에서는 '전투세부시행규칙'이라는 문서로 보관합니다.
비밀문서 또는 대외비로 관리되는 이 문서는은 전쟁경보 단계별로 각자의 임무를 자세하게
기록하여, 혹시 모를 위기에 누구라도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작성됩니다.
직무에 따라 임무의 양도 다르기 때문에, 만 여명의 부하장병을 지휘하는 사단장 정도 직급의
전투세부시행규칙 문서는 휴대는 물론 불가하고 큰 문서함에 가득 담아 나르기에 이릅니다.
일어나는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일어난다면 온 힘을 다해 전쟁을 종결시켜야 할 군 부대에 오래 근무하다보니
대체 가능한 직무, 일에 대한 개념이 '누구나 가능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보니, 그렇지만도 않더라고요.
모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성과는 나의 몫, 실수는 부하직원의 탓'이라며 서로의 성과를
가로채기 위한, 다른 모습의 '전쟁터'가 있었습니다.
소위, '대체 불가한 사람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조직이었습니다.
다들 본인의 특별함을 상사에게 뽐내야 하고, 그 결과로 연봉도 올리고 편히 직장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왕도는 없다지만, 같은 회사 안에 있다면 다 같이 좋은 노하우를 나누면서 조직의 발전을 꾀해도
멋지지 않을까? 라는 이상적인 생각을 하던 철없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아요.
마냥 다른 회사의 조직문화를 옅보며 부러워하기도 하고요.
'대체 가능한 사람'은 인정할 수 없지만, '대체 가능한 일'에 대한 낭만은 아직 버릴 수 없습니다.
애자일이다 뭐다 하며, 조직문화에 대해 열창하는 도서들이 수두룩하지만
아직 그런 이상적인 조직을 제 눈으로 보거나, 경험해 보지 못했습니다.
서로를 위하며, 성장을 돕는.
닭살이 돋아 거부감이 생기는걸까요? 내성적인 성격 덕분인걸까요?
저조차도 아직은 다른 조직원의 성장을 돕기 위해 일한다는 마음이 와 닿지 않습니다.
갖추어져 있는 조직에 나만 쏙 들어가서 누리고싶은 이기적인 마음이 굴뚝같기도 합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물어보면 언제나 바른 답을 구할 수 있는,
다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는 조직의 구성원이기를 꿈꾸어보기도 합니다..
자칫 이미 늦었다고 할 수도 있는 이 나이에, 이상한 꿈을 꾸는지도 모르지만
밤낮을 모르고 달려들어 사업과 조직구성원, 그리고 나 자신의 성장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멋진 커리어를 가꾸어보고싶은 생각이 요새들어 굴뚝같습니다.
(아마 하고 있는 일에 정체가 생겨 딴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이 계기이지 싶네요.)
일의 성격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함께 몰두할 수 있는 의미있는 조직.
두서 없이 적어내려간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습니다.
어려분은 대체 가능한 사람이 아닌, 누구라도 그 자리에 앉아 금새 몰두할 수 있는
'대체 가능한 일'. 아니, 거추장스럽지 않고 쉽게 적응가능한 일의 매뉴얼은
어떤 내용으로 채워져야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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