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지원하는 도서구매비용 덕분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매월 두, 세 권 정도의 책을 골라 볼 수 있는데 몇 분이라도 서가에 서서 내용을 좀 훑어보며 ‘정말 사서 읽고 싶은 책’인지를 살피는 과정이 약해서 스스로에게 아쉬운 마음이 있다. (그 결과로, 책꽃이에 사두고 읽지 않은 책들이 점점 많아진다.)
그럼에도 이 책을 사고 읽게 된 이유를 변명해보자면 쓰고 쓰고, 또 쓰는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했다는 것일까. 실제로 20년 동안 꾸준히 ‘쓰는’ 행위를 업으로 삼고 살아온 김호연 작가의 직업으로서의 글쓰기를 면면히 살펴볼 수 있었다.
이미 넘쳐나는 글쓰기 책들 속에서 김 씨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보람도 있었고, 조금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완성시키지 못했던 아쉬움도 보였다. 나는 재미있다고 열심히 써 내려간 내 글이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순간은, 꽤 적나라하게 소개되어 있었지만 아마 저자가 직접 느낀 아쉬움은 끝이 보이지 않는 우물 속과도 같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계속 글을 쓰며 도전하는 것은 무엇을 위해서일까. 결과적으로는 네 편의 소설이 세상에 나왔고,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영화가 되거나 연극으로 새롭게 탄생하여 그 안에서 뛰어노는 배우들에게도 희망을 주었고, 독자에서 관객까지 이야기를 듣는 청자의 폭도 넓어졌다.
세속적 관점일지 모르겠으나, 이제는 담담하게 ‘돈이 되는 글쓰기’가 직업이 되어야 한다는 솔직한 이야기가 책을 읽는 내내 함께했다. 과거와 다르게 ‘돈’이 될 수 있는 수단도 꾸준히 다양해지고 있다. 저자 스스로 고고하게 글만 쓰고 있어서는 밥벌이를 할 수 없으며, 글쓰기는 살아남기 위한 지난하고도 꾸준한 노력으로 재능에 살을 붙여나가는 고된 과정이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체험 가능한 내용들이 많았다.
다른 책들과 다른 이 책의 특별함은 한가지 더 있다. 상업적인 글쓰기(시나리오 또는 소설을 중심으로)를 위해 생각을 발전시키는 예를 몇 가지 소개해준 부분. 작가로서는 이미 소설로 출판된 책이야 ‘이런 일을 계기로 소설을 쓰기로 했다.’는 회고를 적어둘 수는 있겠으나 과거 역사의 한 사건을 중심으로 가지를 뻗어가며 이야기를 확장시키고, 그 중심에 서는 주인공 및 주변 인물들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얕지만 새삼 생경하게 다가왔다.
먼 미래의 일이 될지도 모르겠으나, 디테일을 잘 살릴 수 있는 회사원으로서의 생활을 바탕으로 작은 글을 써보고 싶다는 꿈이 있다. 한 때, ‘휴가 거래’라는 소재로 망상을 펼쳐본 적이 있는데 청자가 너무 국한되는 것은 아닐까 지레 걱정만 하고 이야기를 스마트폰 메모장에 꾹 담아두기만 했었다.
가 보지 못한 길. 그들이 일하는 방법.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 이런 마음들이 나를 글쓰기로 이끄는가 보다. 김 작가의 글은 조금이나마 업계(?)의 생태를 엿보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오타 발견!!>
책 154페이지 밑줄 친 부분에서 어색함을 발견했다.
<그는 프로젝트팀 시절 자신은 어떻게 쓸지 고심하는 있는데 나는 별 고민 없이 죽죽 이갸기를 써 내려가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고심하고 있는데’를 잘못 적으셨겠지, 교정에서도 놓치셨나 보다. 초판 1쇄를 산 것이니, 중쇄가 진행되기 전에 발견되어 수정 작업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