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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이 날개를 달고 날아가버리기 전에
    빈짱의 일상글 2021. 1. 28.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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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이 깊은 편은 아니다.

     

    내 진짜 모습과는 다르게, 겉으로 보이는 과묵함과 매사 크게 동요하지 않는 표정을 통해 으레 생각이 깊고, 한 마디 부탁하면 근사한 말을 해 줄 것 같다는 시선을 받고는 하나 그렇지 않다.

    손에 꼽을 정도로 그런 경우가 있었다면, 아마 느릿한 이야기를 방패 삼아 머릿속에서 급하게 뭔가를 짜내거나 그 자리에 모였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정리하여 듣기 좋게 바꾸어 말했을 것이다.

     

    어떤 날은, 해결하고 싶은 고민거리가 있어서 진득하니 생각의 깊이를 더하여도 좀처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반면에, 출근길의 만원 전철이나 새벽녘에 의도하지 않게 잠이 깨는 그때에 고민했던 문제에 대한 좋은 힌트가 이미지 또는 문자로 정리되는 순간이 있다.

     


     

    만원 전철도, 잠이 막 깬 몽롱한 상황도 쉽게 어딘가에 정리를 할 상황은 못된다.

    어렵게 잊지 않으려는 노력을 손 끝에 담아 스마트폰 메모장에 몇 단어를 적고 저장해두지만, 며칠 뒤에 다시 들여다보면 막 좋은 생각이 떠올라 힘겹게 메모를 하던 그 찰나의 생생한 감각은 지워지고, 낯선 메모만 보여 당황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아까워서 메모를 차마 지우지는 못하고, 며칠 또는 몇 주가 지나 다시 들여보고 반복하겠지)

    실패다. 나를 너무 믿는 근거가 부족한 믿음이 또 메모장에 실패 한 장을 붙였다.

     


     

    지난 주말에는 오랜만에 해방촌으로 향했다. 

    1호선 전철을 기다리며, 전날 저녁부터 읽고 있던 요조 님의 '오늘도 무사'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책 내용과는 무관하게, 나의 메모 습관을 고쳐보고 싶어 마음이 동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책에 나온 이야기가 좋아서. 언젠가는 나도 이런 경험을 해야지.(또는 이미 비슷한 경험이 있는, 그 시절의 나를 떠올려보고 글로 정리해봐야지)하는 마음에 스마트폰 메모장을 꺼냈다. 

    지난 실패의 기록들은 자랑스럽지 못해 '상단 고정' 해 두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어서 쓸쓸했다.

    이번엔 조금 더 지금의 마음을 생생하게 남겨보고자 지하철이 도착하는 소리가 들릴때까지 스마트폰을 붙잡고 계속 메모를 적어 내려갔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 마스크를 쓰고 있어 답답할 텐데도 멈출 수 없는 뜨거운 입김, 얼굴에 와 닿는 차가운 전철역 플랫폼의 공기까지 모두 담아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오늘 이 글도 서투를지 몰라. 

    그래도 이렇게 블로그에 새 글을 적을 정도는 정리가 되었고, 앞으로는 조금 더 내 마음과 그 때 그때 느껴지는 감정들을 기억하기 쉬운 문장들로 남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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