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이 ‘글쓰기’라는 화제에 이끌려 손에 들게 된 책이다. 사실, ‘별책부록’에 방문하기 전에, 어떤 책을 고르면 좋을지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방문하여 살피는 중에 이 책의 표지와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잘 그렸다고 할 수 없는 묘한 일러스트보다는 제목이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책을 펼쳐 들기 전까지도 정체를 모른 상태였다. 그래서 데려올 수 있었고 끝까지 읽기도 했던 것 같다.
책 안에는 함께하는 시간동안 사용할 수 있는 책갈피가 한 장 들어있고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한 내용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되어있는데, 아래에 그 내용을 소개한다.
이 책은 비거니즘과 페미니즘, 네덜란드 유학기, 유럽 여행기를 비롯하여, 기면증, 우울증, 강박증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여행의 일기 속에는 비건 액티비스트들의 집에 묵으면서 방랑하고, 동물권 행진에 참여하는 등,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대화가 등장합니다.
그러한 다양한 주제를 하나로 묶는 것은 현재 글을 쓰는 화자에게 있습니다. 매 순간 정상성에 질문을 던지며 분투하며 살아가는 화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화자에게 글쓰기란 저항이자 삶의 태도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썩 편하지만은 않았는데, 쉽게 와 닿지 않는 기면증, 우울증, 강박증 증상에 대한 감정이입이 어려웠던 것은 차치하더라도 마치 그것을 전제로 한 결과라는 듯 오타와 실수들이 곳곳에 보이는 것이 많이 불편했다. 나 스스로에게도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자면 결코 당당하지는 못하겠으나, 무언가에 쫓기듯 서둘러 일을 처리한 것 같은 찝집함이 베어있는 듯하다.
스스로의 상황이나 조건이 ‘정상’이라고 단정 짓지 말 것. 최근 몇 년 동안 나 개인에게 벌어진 일들을 돌아보면 과연 그렇다.
물론, 나만 이런 마음을 갖는다고 온 세상이 아름다워 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나로부터 시작될 수 있는 차별과 평가, 비난 등은 멈출 수 있다.
문 밖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못해 걱정이 되면서도 끝끝내 문을 열고 나가 확인하는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마음. 일요일 밤에 침대에 누워서, 다음날부터 겪을 수모를 상상하며 잠들지 못하는 월요병과는 어떻게 같고 또 다를까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책꽂이에 꽂혀 언젠가 다시 꺼내 읽어볼 책이 될 것 같다. 왜인지 그런 생각이 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