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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근마켓 체험기(게이미피케이션)
    빈짱의 일상글 2020. 11. 7.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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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당근마켓 첫 거래는, 에어팟! / picture by 캡틴

     

     

    지난 2015년에 출시된 이 서비스를 이제야 사용하고, 이렇게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 좋다!

     

    오늘은, 세 번의 거래 성공과 두 번의 실패(라기보다는 거래 미성사)를 통해 느낀 '당근 마켓' 서비스의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무겁고 높은 첫 거래의 벽

     

    직접 사용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앱의 콘셉트이나 애플리케이션 디자인이 귀여워 스마트폰에 담아두고 있었습니다. 동네 인증을 하고, 우리 동네를 기반으로, 중고거래가 가능한 제품들을 보여주는 기본적인 구성도 썩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선뜻 거래에는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중고 제품을 구매해서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사용하지 않은 채로 서랍 안에 잠들어있는 제품들도 추억이라며 판매를 생각하지 않거나 미루고 있던 습관이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이 '중고거래의 세계'에 발을 들이기 위한 첫 발을 떼기란 이렇게 어려운 일입니다. 내가 가진(사용하지 않는) 제품들이 먼 훗날에도 돌아보며 좋은 기억들을 회상할 수 있는 '추억'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제품의 가치는 나날이 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추억'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에 작동하지 않는 전자제품일지라도, 심지어 어디에 보관하였는지 기억이 안나는 경우에도 내 소유로 묶어두고 싶은 마음에 공간을 잡아먹고 있습니다.

     


     

    시작

     

    올해 2월에 '에어팟 프로'를 구매한 저는, 사용중이던 에어팟 1세대 제품을 앞서 말한 '추억'으로 서랍 안에 고이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 새로운 아이패드를 사고 싶은 마음에 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당근 마켓'을 적극 활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제품 사진을 촬영하여 업로드를 하고

     

    설마설마 2년이나 된 제품이라 사겠다는 사람이 있을까? 했는데, 외출 길에 바로 처음 거래 의사를 타진하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거래가 가능한지, 제품의 상태는 어떤지를 꼼꼼하게 묻는 상대에게 친절히 답한 후에, 그 날 저녁에 약속을 잡았습니다.

     

    당근 마켓에서는 채팅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약속을 잡게 되며 거래 장소에서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전화 한 통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전화를 통한 대화가 썩 편치 않은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거래 의사가 명확해지는 시점에는 상대와의 약속시간을 채팅창에서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첫 거래

     

    에어팟을 구매하시는 상대는 중학생 정도의 아들을 둔 어머니셨다. 전철역 앞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장소와 나의 인상착의를 역시 채팅으로 전달한 후에 10분 미리 약속 장소에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시간이 되었고, 어머님이 멀리서 다가오시며 먼저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셨다. 

     

    (미리 충전을 완료 해 둔) 제품을 건넸고, 덮개를 열어 정상적으로 점등이 되는 것을 확인하시고는 쿨(?)하게 5만 원 지폐를 한 장 건네주시고 인사와 함께 떠나셨다. 떠나가시는 길에 보니, 아들과 함께 오신 것 같았다. 10여 분 동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뿌듯하면서도 아쉬웠다. 마음 한편이 찡- 하는 새로운 감정이었다. 그렇게 나의 당근 마켓 첫 거래가 무사히 성사되었다. 

     


     

    다정하게 깃들어 있는 게이미피케이션 시스템

     

    이렇게 첫 거래를 성사시키고 나니, 다음 거래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당근'의 게이미피케이션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1. 후기 시스템

    후기는, 구구절절 상대와 거래 제품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없다. 서비스 제공자가 미리 준비해 둔 몇 가지 항목에 체크를 하여 거래를 확정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움을 전할 수 있다. (시간 약속을 잘 지켜요, 제품이 설명한 것과 같았어요 등.) 거래 당사자의 고민거리를 줄여줌으로써 쉽게 참여를 유도한다.

     

    2. 거래 온도 / 배지 시스템

    거래 회수를 늘려가며, 내 거래 온도가 높아지는 게이지를 관리함으로써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한다. 자발적으로 추가 중고거래에 참여하게 되고, 상대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게 유도한다.

     

    다양한 배지를 준비하여, 첫 거래를 축하하는 등의 시스템을 통해서도 지속적인 거래 참여를 유도하는 게이미피케이션 구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러다 온갖 집안 살림을 내다 팔게 되는 것일까.)

     

    3. 끌어올리기 시스템

    SNS 특성상, 직접 구입할 물건이 없는 상태로 앱에 접속하게 되면 최신 등록차순으로 등록된 상품들이 상단에 노출된다. 며칠이 지나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내가 등록한 제품은 자연스럽게 흐름에 묻히고 직접 검색을 통해 도달하는 방법이 아니라면 확인이 어려워진다.

     

    이를 보완하는 시스템으로서 '끌어올리기'가 존재한다. 첫 등록 후 시간 제약이 풀리면 내가 올렸던 게시글을 다시 최신 리스트 쪽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때에는, 중고거래의 특성상 가격 결정 기준이 모호한 점을 감안하여, 자연스럽게 판매가 조정을 유도한다. 이렇게 갱신되는 가격을 보고 거래가 성사되기도 한다. 

     


     

    목표는 중고거래 자체가 아니었지만, 에어팟 거래를 시작으로 두 건의 거래를 추가로 성사시키며 프로 당근마켓러가 되었다.

     

    추가로 판매한 제품은, 구형 아이패드와 공기청정기. 구매하는 분들도 매너가 좋았다. 현장에서 바로 현금으로 거래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즉시 계좌이체를 통해 거래금액을 입금해주시는 경우도 있었는데 다행히 현장에서 제품의 문제를 지적받거나 거래가 성사되지 못할 정도의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당근 마켓에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또 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계속 고민하게 만드는 '재미'로서의 게이미피케이션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비록 사용하던 제품이기는 하나, 누군가에게 건네져 나름의 의미를 다 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보람된 일이 아닐까. 게다가 나는 쓸모없는 추억으로 남았을지도 모를 제품들을 건네고 내가 정한, 또는 상호 협의하에 결정한 돈을 받을 수 있다!

     

    아직 체험하지 못한 분들이, 꼭 한 번의 거래 성사까지 도달하시는 경험을 해 보았으면 한다.

     

    분명, 돈이 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다시 당근마켓에 등록할 사진을 찍고 있는 본인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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