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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어쩌구"의 불편함빈짱의 일상글 2020. 10. 17. 23:35728x90반응형
어제, 오늘 시작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새삼 불편한 표현이 있다.
K로 시작하며, 우리나라가 잘하고 있는 분야를 미화하는 이 표현은 왜 이렇게 불편할까.
아마도 시작은 K-POP이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K-POP에 대한 편견은 없다. 그들의 노력으로 쌓아온 하나의 세계이다. 달리 보면 그 안에서 새로운 그룹이나 신인이 새롭게 등장했을 때, 더 쉽게 전 세계의 K-POP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fast track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다른 울림의 "K-어쩌고"가 있다. 바로 "K-방역"이다. 이 표현은 누가 봐도 뒤늦게 만들어낸 것이며, K-POP도 나중에 만들어졌다고 하여도 그 결이 확실히 다르다. 불편한 이유를 살펴보면 바닥에는 '우리'에 대한 강박이 있다.
X, Y세대에 더해 밀레니얼 세대까지 언급해가며 연령대별 특징을 집단화하려는 시도가 과연 언제까지 유효할까.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로서 동일한 현상들을 목도하고 느끼고 표현하는 것은 틀림이 없겠으나, 보다 더 다양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표현되는 시대가 이미 와 있다. 이 와중에 '우리'라는 연대를 강조라는 'K-어쩌고'는 매우 불편하다.
PCR 검사 키트를 만든 것은 위기 대응용이지 국가적 사명은 아니다. 해외 또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확진자를 대상으로 검사를 하고, 확진 판정된 사람들은 적절한 의료조치를 하며, 일 단위로 검사 및 확진, 완치(더하여 사망자) 현황에 대해 정기 발표를 하는 것은, 국민의 위기의식을 고취하고 국가의 방역조치에 협조를 요청하는 일련의 정상적인(?) 프로세스이다. 이 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거리는 아니라는 말이다.
한 때, 내 처지를 비판하던 끝에 '그래도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있을 거야..'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려는 시도에 무자비한 비판을 받은 기억이 있다. 더 잘 된 사람들을 의식하고 향상심을 키우기는커녕! 이라면서 혼나고는 했는데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남들과의 비교는 좋지 못하다. 우리의 방역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것은, 스스로가 자랑스러워하기보다는 묵묵히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면 될 뿐이다.
자격지심일지도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진통이 계속되는 뉴스 소식들을 들으면서 답답함이 늘어간다. 이런 게 어른이라면 참 야속하다. 힘든 세상에 누군가는 '우리'라는 소속감에 힘을 얻을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매우 불편하다. 모든 구성원이 모두 만족하지는 못할지언정 대다수(적어도 과반)의 구성원이 동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이치 아닌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더 정확하고 깊게 직시했으면 한다. 당연한 일이 자랑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끊긴 연대를 아쉬워하며 만들어내는 'K-어쩌고'는 더 이상 모두를 한 마음으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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