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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백지 같은 화면 앞에 앉는 일
    빈짱의 일상글 2020. 9. 2.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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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백지 같은 화면 앞에 앉는 일

     

    연초에 블로그를 만들고,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며 익힌 내용들을 적어온 것이 시작인데 벌써 반년을 넘겼다.

    그간 거창하게 블로그로 수익을 내 보겠다는 목표도 세웠지만, 나란 사람은 쉬이 변하지 않고 포스팅 주기는 점점 늘어졌다.

    마침 세계를 덮친 코로나 바이러스때문에 수익형 광고 승인도 번번이 물을 먹고, 아직도 진행형.

    시간이 지나면서, 카테고리도 조금 늘렸다. 일본 회사에서 근무하며 보고 느낀 일들, 회사생활을 통해 익힌 일본어 표현 등을 소개하기도 하다가 최근에 들어서는 나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길 장소도 하나 마련했다. 짧지 않은 글을 잦은 주기로 작성하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지만, 하루하루 쌓이는 '나의 기록', 그리고 어려 경로를 통해 내가 작성한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기록을 보는 것도 동기부여로 작용한다.


    몇 주 동안 하루에 한 가지 이야기를 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돈 버는 블로그를 만들기 위한.. 동기 불순)

    그런데, 가장 힘이 드는 것은 글을 써 내려가는 '행위'보다, '무엇에 대해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퇴근길 버스 안에서 잠깐 스치듯 지나간 글감이나, 주말에 산 책에서 보고 느낀 점, 세간의 이슈에 대한 나의 견해 등. 글감은 얼마든지 있지만, 내가 쓰고 싶은 주제와 그 주제를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발동이 걸리지 않으면 일기처럼 매일 기록을 남기기는 많이 어렵다.

    조금 더 정제된 나의 생각을 담고 싶다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꾸준하게 이어가는 것으로도 소기의 성과는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하루하루의 기록을 쌓아가려고 한다. 이런 결심도 하루를 정리하는 주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유지하고자 한다.

    '나다운 게 뭐지?' '내 일상은 특별할 게 없어.'라고 포기하기는 싫어서, 당분간은 일기 같은 포스팅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 달이 지나고 돌아보면, 내 한 달의 고민 또는 소회가 모여있는 한 달짜리 일기장을 완성할 수 있다.

    다시 보고 부끄러워도, 그 기록도 나.


    어떤 그림을 그릴지 머릿속에 구성을 떠올리고 펜을 들듯,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써볼지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하게 되었고, 순간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생각들도 놓치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 메모장을 사용하여 남겨둔다. 글감으로 사용하지 않아도 오래 남겨둔다. 이때, 나는 왜 이 메모를 남겼을까 기억을 더듬는 행위도 의미가 있다.

    덕분에, 처음 google keep이라는 메모장을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와는 다르게 엉망진창인 내 서랍 같아졌다. (실물도, 디지털도 관리하는 사람을 따라가나 보다.) 카테고리는 무색해졌고, 하루하루 기준 없이 쌓여가는 메모들이 한가득이다. 언젠가 돌아보고 나에게 영감을 줄 소중한 기록들로 남아있기를 기대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다. 기록 자체로도 소중하다.

    다시, 또 매번 볼 때마다 부끄러워도. 그 기록들도 나.

     

    그렇게 오늘도 0시 마감을 앞두고 새 글쓰기 배너를 눌러, 도화지 같은 화면 앞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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